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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SEEING, SPRING)

In Collaboration with 전유안


벽돌벽, 억압과 고립의 공간

서대문 형무소의 벽돌벽은 수감자를 물리적으로 감금시키려는 목적 외에,  심리적인 억압과  좌절감에서 오는 고통을 주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었다. 벽은 차단의 기능을 가지지만 동시에 그 너머를 동경하게 만들고, 그래서 다시 수감자로 하여금 절망을 느끼게 한다. 벽 한켠의 작은 창이나 구멍은 그러한 감정을 더욱 증폭시키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철저한 격리와 고립을 위한 장치로서의 벽돌벽은, 투옥중인 독립운동가들이 그 벽 너머의 동료, 바깥세상과의 교류, 그리고 조국의 독립에 대한 염원을 극대화하도록 하였을 것이다.

이 계획안은 방문객들로 하여금 독립운동가들이 느꼈던 벽돌벽의 공간적 경험을 체험해 볼 수 있도록 함과 동시에,  고립과 단절, 절망을 상징하는 벽을 허물고자 하는 희망과 염원을 담았다. 추모공간은 3개의 벽돌벽으로 구성되어 있고, 벽돌 사이에는 현재까지 발굴된 199인의 독립운동가의 인적정보가 새겨진 199장의 유리블록이 섞여있다. 그 유리블록에는 그의 사진과 성명, 출생일, 사망일, 그리고 QR코드가 새겨진다.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스캔하면 가족관계, 개인사 등 자세한 정보가 조회된다. 나머지 벽돌들은 미발굴된 독립운동가들을 위한 자리인데, 추후 새로운 순국인사가 발굴되면 그에 대한 정보가 새겨진 동일한 크기의 투명한 유리블록이 불투명한 현재의 벽돌을 대체한다.

이 계획안은 역사에서 누락되고 잊혀진 애국선열의 넋을 기리고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는 과정으로서의 역사의 중요성과 우리 모두의 노력을 강조한다. 한번의 설치로 끝나기보다는, 시간의 흐름과 역사학계의 발굴 노력, 시민의 참여가 모두 모여 불투명한 벽돌벽에 투명한 창을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모든 설치과정은 서대문구청의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과 유튜브 채널등을 통해 생중계가 될 것이고, 이는 시민의 적극적 참여를 유도하고 올바른 역사의식과 추가 발굴에 대한 의무감을 고취시킬 것이다. 이를 통해 서대문 형무소 역사관은 살아있는 유형, 무형의 역사교과서로 거듭날 것이며, 서대문구는 독립운동 및 애국 정신의 중심지로서 거듭날 것이다.

 
벽돌벽, 애국선열의 눈으로 ‘보고’, ‘봄’풍경을 담는 프레임이 된다

벽돌 벽에 듬성듬성 박혀 있는 199개의 투명한 유리블록은 어두운 벽 사이공간에 빛이 투과되면 영롱하게 빛난다. 하지만 유리블록 뒤로 비치는 아름다운 추모동산의 꽃나무를 한눈에 보기에는 아직 부족하다. 여전히 그늘진 벽과 벽 사이공간은 답답하고 방문객은 좁은 길 양 끝으로 오직 사형장과 옥사만 볼 수 있다. 이는 방문객들로 하여금 하루빨리 이 벽을 전부 투명하게 바꾸고 싶게 만든다. 추후 추가 발굴이 진행됨에 따라 불투명한 벽돌벽에 유리블록으로 이뤄진 커다란 투명 창이 생긴다. 이 투명 유리블록 창은 그 너머의 아름다운 추모동산을 담아낸다. 이는 돌아가신 독립운동가들이 염원하였을 봄의 풍경이다. 

   
조감도

새로 조성될 추모공간은 기존 옥사들과 비슷한 재료인 붉은 벽돌을 주재료로 한다. 전체적인 규모와 형태는 주변 건물에 순응하며, 홀로 눈에 뛰기 보다는 기존의 건물들을 존중하는 자세로 사형장과 한센병사 사이를 채운다. 붉은 벽돌벽이 오랫동안 그 자리에 있던 주변 건물과의 연결 고리를 만들어냄과 동시에, 현대적인 재료로서의 유리블럭이 가져다주는 약간의 대비는, 주변의 무겁고 답답함을 상쇄시키는 효과를 만들어낸다.


단면도

추모공간은 3추모의 벽, 고립의 벽, 희망의 벽으로 구성되어 있다. 추모의 벽에는 추모를 위한 제단과 디지털 헌화, 기부같은 시민 참여를 위한 키오스크가 설치되어 있다. 헌화와 추모를 마친 방문객들은 문 크기의 개구부를 통해 자연스럽게 고립의 벽을 향하도록 유도된다. 두 벽 사이에 위치한 고립의 벽은  한쪽 끝으로는 사형장, 반대편 끝으로는 한센 병사를 바라보며, 당시 수감자들의 시점을 경험하도록 한다. 그리고 그 벽 너머에는 기존의 경사지형을 이용하여 작은 동산을 조성하고 꽃나무를 심어 돌아가신 독립운동가들에게 헌정하는 봄의 정원이 조성된다.



시공계획도

추모공간 벽돌벽은 유리블록으로 교체와 추후 유지관리가 용이하도록 건식공법으로 시공된다. 10mm 두께의 투명 아크릴 프레임은 견고하지만 투명한 틀을 만들기 위해 사용되고, 그 사이에 끼어 들어간 벽돌이나 유리블록을 6mm 너비의 폭을 가진 투명 틀로 덮음으로써 간단한 설치가 완료된다. 추후 벽돌을 교체할 일이 생기면 마치 액자의 사진을 교체하듯이, 플라스틱 나사로 고정된 틀을 탈착하여 유리블럭으로 교체 후 반대 과정을 반복한다.



벽돌벽, 수형기록카드의 건축화 및 디지털 아카이빙

최근 서대문구에서 출간한 <서대문형무소 3·1운동 수감자 자료집>과 2019년 3월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에 의해 출간된 박경목 서대문형무소역사관 관장 저 <서대문 형무소: 식민지 근대감옥>에 의하면, 널리 알려진 안창호 선생, 유관순 열사 외에도 상인, 공장 노동자, 제조업자, 의사, 간호사, 마차꾼, 고물상, 면장, 면서기, 순사보 등 다양한 직업의 애국선열들이 한 뜻이 되어 독립 운동에 참여하였고 그로 인해 수감되었다고 한다. 앞으로 교체될 총 5,000장 가량의 유리블럭은, 역사적으로 주목받았던 ‘지식인’ 들을 포함하여 여성 독립운동가, 노동자, 농민 등 보이지 않는 곳에서 독립운동을 주도한 분들을 모두 담을 수 있는 새로운 기록물이 될 것이고, 동시에 디지털 자료로도 축척이 되어 후대 연구자들의 연구 자료로서 활용 될 것이다.



시민의 참여로 완성되는 투명한 벽

유리블록 안에는 음각으로 독립운동가의 사진과 QR 코드가 새겨져 있고, 스마트폰을 이용해 QR 코드를 스캔하면, 디지털 데이터베이스로 접속이 되어 독립운동가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 가능하다. 크라우드 펀딩 방식을 이용한 시민의 기부에 의해 마련된 기금은, 일정 수의 발굴자가 추가되면 새로운 식재를 추모의 동산에 조성하는데 사용된다. 시민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키오스크 화면에는 조성된 모금액에 따라 변해가는 벽을 시뮬레이션 해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 포함되며, 한 사람 한 사람의 참여가 매우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유리블록으로의 교체 작업은 발굴된 수감자의 기록을 모아 3.1절과 광복절 연 2회 작업을 한다. 그리고 그 과정은 서대문구청의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와 유튜브 채널등을 통해 생중계가 된다. 이로써 서대문구청과 서대문 형무소는 대한민국의 독립운동 정신을 널리 알리는 플랫폼이 되어 미래를 위한 소중한 자료를 기록, 보존, 전달하는 매개체가 될 것이다.


“생지옥 속에 있으면서 하나도 괴로워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누구의 눈초리에나 뉘우침과 슬픈 빛이 보이지 않고, 도리어 그 눈들은 샛별과 같이 빛나고 있습니다.” - 심훈 (옥중에서 어머니께 올리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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